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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책리뷰&추천

[책리뷰&추천] "제로 투 원(Zero to One)", 기존 상식을 뒤집는 스타트업 가이드북.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추천으로 페이팔 설립자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이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 블로그 이름이랑 비슷하다는 것도 흥미에 한몫 하긴 했다. 살짝 오래전에 읽은 책이긴 해서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더 잊히기 전에 리뷰를 한 번 써 볼까 한다.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제로 투 원"



이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아직까지 머리를 맴돌고 있는 멘트가 두 가지 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와 책 표지에도 나와 있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이다. 평소에 일말의 생각도 해 보지 못했던 주장들이라 그런지 임팩트가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중요한 진실'의 반대로는 보편적인 관습이나 통념이 있겠다. 물론 이런 관습과 통념도 중요하긴 하다. 스타트업에서의 예시를 들자면, 기초적인 수학이나, 더 나아가 경제 및 경영을 알지 못하고는 사업을 이끌어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관습과 통념을 많이 알고 있다고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고 피터 틸은 주장한다. 관습은 ‘숨겨진 비밀’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도 찾으려면 다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꿔놓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통념과 반대되는 생각'에 기반해야 함과 동시에 불가능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비즈니스에서의 그 예시로는 에어비엔비Airbnb가 대표적이겠다. 에어비앤비는 가정집의 사용하지 않은 공간에서 공급과 수요를 알아봤으며, 이는 당대 사람들은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사업이었다. 다른 사례로는 카풀에서 플랫폼 시장의 가치를 찾은 우버Uber를 들 수도 있겠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사회는 구성원들을 꾸준히 경쟁하도록 교육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기준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의사, 변호사 등 몇몇 직업들 또한 여러 가지 시험들의 점수를 기준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학생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경쟁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 경쟁을 통해 어떻게든 직업을 얻었다고 할 지라도, 해당 조직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게 올라가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MS와 구글이 자신의 피와 살을 깎으면서까지 경쟁했던 것처럼, 우리는 비즈니스에서도 또한 경쟁 구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MS와 구글이 경쟁한 그 시장은 결국 애플이 차지했다.)
하지만 피터 틸은 비즈니스에서의 경쟁 구도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경쟁구도는 해묵은 기회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과거에 효과가 있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만든다. 즉 관습과 통념에만 집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되었던 숨겨진 비밀을 찾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다.



본 책은 스타트업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1에 다른 수를 더하는 비즈니스가 아닌, 0에서 1로 진보하는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 약간 다른 제품을 가져와서 경쟁하는 것은 불완전경쟁시장의 시작이며, 곧 시장의 죽음이라고 한다.

내가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해 보지 않기도 했고, 아직 스타트업 업계를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는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는 하다. 물론 0에서 1로 진보하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스타트업이 매우 중요함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했던 가치 사슬을 연결해 주거나 (사실 이것도 Zero to One에 해당하는 사업인가? 저자를 만나보게 된다면 한 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기존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사업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다만 책의 저자가 그 Zero to One의 방식으로 성공한 페이팔의 창립자이기 때문에, (맹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 또한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도 생각한다. 본 리뷰를 정리하면서까지 내 스탠스를 확실히 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은 이 책에 대한 평가를 완벽하게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 더 인사이트가 넓어진다면 다시 읽고 새로운 리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신. 아니 근데, '12장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섹션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는 화가 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2045년에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주장을 위해 몇 백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책(뭐 당연히 '특이점이 온다'를 말하는 것이다.)도 있는데,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걱정은 22세기에 가서 해도 된다.'라는 주장을 그 어떠한 근거도 없이 너무 가볍게 제시하고 있다. 특이점주의자로서 화가 난다. 하긴 딥러닝 붐이 오기 전인 2014년에 쓰인 책이니만큼, 지금 저자의 스탠스는 달라졌을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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