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대학원 입시 후기] 연재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석사과정 및 석박통합과정 지원자에게만 해당됩니다.
또한 아래 내용들은 2021학년도 봄학기1차 기준입니다. 독자분들께서 지원하실 때는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요구하는 '수학계획 및 자기소개서(이하 자기소개서, 자소서)' 양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입학원서 작성 완료 후 수학계획 및 자기소개서를 함께 작성하여야 하며, 공식적인 형식은 없으므로 자유롭게 작성하되, 필요한 경우 다음 사항을 참고하여 5,990자 이내로 작성
- 출신 학과에서의 수학 소감, 흥미 있었던 과목 및 재학 중 연구 활동(학기 프로젝트 등)
- 지원동기 및 관심 있는 연구 분야 및 향후 연구계획
- 기타 연구/수학활동 관련 사항 등
- 성장배경 및 성격 등 일반적인 사항은 자기소개서 하단에 간략히 기술
여러 가지 항목들을 몇 자 내로 작성하라는 다른 대학원의 자소서와 달리, 공식적인 형식이 없는 GIST 대학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뭐 물론 지원자 중 이 정도 글은 식은 죽 먹기로 해치워버리는 달필가 분들도 계시겠지만, 태생부터 공대생이었던 저에게는 썩 쉽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제 자소서를 우선 공유드립니다. 잘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합격자의 자기소개서인 만큼 서류 준비 과정에서 참고하실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 글을 복사-붙여넣기해서 사용하시지는 않길 부탁드립니다. (제발!!!)
1. 지원동기
저는 컴퓨터 음악과 다양한 음향기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있습니다. 장비 사용 도중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을 통해 음향기기 혹은 컴퓨터 내에서 오디오 신호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이 분야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기 위해 음성 및 오디오 처리 연구실의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대학원 입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선배들이 하고 계시는 연구를 지켜보고 또 제 연구를 위한 공부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오디오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라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 관심 연구 분야 : Emotion Recognition, Audio Event Detection
음성 및 오디오 처리 연구실에서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한 이래 연구실 멘토 선배와 함께 음성감정인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저 또한 HCI에 어느 정도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만큼 대학원 진학 이후에도 이 분야의 연구를 이어서 진행하고 싶습니다. 현재 G-SURF 주제로 음성감정인식 데이터의 양적인 부족함 및 불균형함을 해결하기 위한 Data Augmentation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G-SURF가 종료된 이후에는 리뷰 논문들을 읽어가면서 감정인식 분야의 새로운 주제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또한 음성으로만 진행하는 감정인식은 정확도 및 활용성에서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컴퓨터 비전을 배운 후 비디오 기반의 감정인식 연구 또한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그 외적으론 현재 Audio Event Detection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 분야는 읽어 둔 리뷰 논문을 기반으로 다음 학기부터 차차 공부를 해 볼 생각입니다.
3. GIST대학 전기전자컴퓨터전공과정 수학 소감
GIST대학 전기전자컴퓨터전공과정에 재학하면서 오디오 신호 처리를 연구하기 위한 공부를 해 왔습니다. 저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본교에서 제 연구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학습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보통 다른 대학에서는 전기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로 나누어져 있는 전공들이 하나로 융합되어 있어 제 연구 분야와 연관된 과목들을 선택적으로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 신호처리는 전통적으로 전자공학의 세부분야인 통신공학과 연관된 주제로 취급되지만, 최근 들어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을 접목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 및 대학원 입학 후 진행할 연구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산수학, 그래프 이론 등 여러 컴퓨터공학 관련 과목을 수강해왔으며 남은 학기에도 수강할 계획입니다.
둘째, G-SURF 활동 참가 및 학사졸업논문 작성을 위해 연구실에서 인턴 활동을 하면서 관심 분야에 대해 학과목 내용 이상으로 깊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선배님들께서 연구 중이신 분야의 논문을 돌아가며 하나씩 발표하시는 저널 미팅(세미나)에 참가하면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오디오 신호 처리에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어떤 네트워크 모델들이 주로 쓰이는지 정도의 식견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 연구를 위한 조사 과정에서 저 본인 또한 논문을 읽고 구현해 보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논문을 읽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4. 흥미 있었던 수강 과목: 전자공학실험
전공과목 중 가장 인상 깊게 수강하였던 ‘전자공학실험’에서는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필터 제작을 실습하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Passive Filter부터 Operational Amplifier를 이용한 Tow-Thomas Filter 등의 Active Filter까지 다양한 회로들의 원리를 공부하고 이를 제작해 보았습니다. 또한 3 band sound equalizer를 제작하고 이에 대해 발표하는 조별 과제가 기말 프로젝트로 주어졌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부품들의 이론값을 구하고 실제로 구성한 회로와 비교해가며 수많은 파라미터 조정과정을 거친 끝에 성공적으로 equalizer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음향 장비를 많이 다뤄본 저는 주어진 초소형 콘덴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타 조와 달리 좋은 음원을 input으로 사용하기 위해 RCA to 3.5mm 케이블을 분해하여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직접 오디오 신호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전자공학실험을 가장 인상깊게 들은 과목으로 꼽은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학이란 학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필요가 있음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좌 초중반에 이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을 때는 주어진 주파수 대역을 통과시킬 수 있는 필터들의 부품 이론값들을 구해놓은 후 이를 그대로 구현하기만 하면 equalizer를 쉽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론값을 기반으로 브레드보드 위에 회로를 구현했을 때, 노이즈, 이론값과 실제값의 미세한 차이 등의 변수로 인해 생각대로 필터가 작동하지 않아 다시 파라미터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3 band Sound Equalizer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팀원 각각이 각 밴드에 해당하는 회로들을 설계한 후 이를 합쳐보니 equalizer가 전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밤을 새우면서 파라미터들을 다시 수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연구실 선배들 혹은 제가 하는 딥러닝 실험들을 보면 최대한 좋은 모델을 설계하였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Mode collapsing 등의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공학실험 과목을 수강하면서 연구 과정에서 생기는 이런 문제들을 요령 피우지 않고 부딪혀가며 극복하는 태도를 가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둘째, 신호 처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게 되면서 더 많은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종종 사용해 왔던 아날로그 Sound Equalizer가 엔지니어의 손길을 거치면서 이렇게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치라는 사실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음성 소통은 주로 디지털 신호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차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디지털 오디오 신호 처리를 세부 전공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본 과목 수강을 통해 가지게 되었습니다.
5. 향후 학업 계획
저는 제 진로에 있어 다양한 길을 열어두기 위해 석사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 졸업 이후 박사로 진학하는 방향, 관련 회사에 취직하는 방향, 혹은 취직하여 사회경험을 쌓은 후 다시 박사로 진학하는 방향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타 이공계열 학문과는 달리 전자공학 및 컴퓨터공학은 연구성과가 빠르게 제품화되고 있기 때문에, 석사를 마치고 산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얻을 수 있는 노하우와 경쟁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충역에 해당하여 비교적 수월하게 산업체 근무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석사로 지원하는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남은 학부 한 학기 동안은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어 학과목을 수강하고자 합니다. 특히 위 ‘2. 관심 연구 분야’에서 언급 드린 바와 같이 음성으로만 처리되는 감정인식 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 비전’ 과목을 수강해 볼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대학원 진학 후에도 컴퓨터 비전에 관한 공부는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석사과정 중에는 교수님 및 선배들의 추천에 따라 ‘디지털 음성신호 처리’, ‘자연어 처리’ 등 제 연구와 연관된 학과목을 수강할 예정입니다. (총 3711자)
(작성 과정에서 충분히 많이 검토를 하였다고 생각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 보니 비문이나 아쉬운 부분들이 있네요. 합격자 자소서 공유라는 취지에 맞게, 그대로 두겠습니다.)
작성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주어진 자기소개서 양식에서 참고하라고 언급되어 있는 것들 중 연관지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다른 대학원들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양식처럼) 임의의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지원 동기', '관심 연구 분야', '향후 학업 계획', '대학 생활'로 구분지어 작성을 했었고, '대학 생활' 내용이 길어져 차후에 이를 '대학 수학 소감' 과'흥미 있었던 수강 과목'으로 나누어 정리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주제마다 번호를 매기고 끊어가며 글을 작성하는 방식을 '개조식'이라고 한다네요.)
또 '관심 연구 분야'와 '흥미 있었던 수강 과목'과 같이 한 단어로 주제를 압축할 수 있는 경우에는 '4. 흥미 있었던 수강 과목 : 전자공학실험'과 같이 항목명 옆에 주제를 언급해 두었습니다.
'성장배경 및 성격'은 타 대학원 자기소개서 양식을 조사해 보았을 때 대부분 작성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제 성장배경에 있어서 (공학적으로) 대단히 특별한 부분이 있지는 않아서 언급하지는 않았네요.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 항목이 당락을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급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면접 때 공대 대학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원자 성격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당황하기는 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제 GIST 학부생으로서, 혹은 다른 루트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GIST 대학원 자소서 팁들을 공유해 드립니다. (일반적인 대학원 자기소개서의 작성 요령은 생략했습니다.)
- 5,990 자라는 방대한 분량에 당황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를 가득 채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합격하신 선배들에게 여쭈어 보았을 때 거의 가득 채우신 분들은 세 명 중 한 명 정도였으며,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약 3000~4000자 정도를 작성하셨습니다. 이는 자대생(GIST 대학 출신), 타대생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 다른 대학원 지원 시 작성한 양식 그대로 작성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자기소개서에 언급된 대학원 기관 명은 꼭 고치시고(...) 타 대학원 양식 내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장점이 있다면, GIST 대학원 자기소개서에서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를 언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변 합격자 선배를 통해 얻은 정보입니다.
- 양식이 없다고 쭉 줄글로 작성하기보단, 주제마다 번호를 매겨가며 개조식으로 작성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출처 : https://nares.tistory.com/16)
마지막으로 제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던 와중 참고한 블로그 포스트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아마 제 글을 찾아 들어오신 분들은 한 번씩 거치셨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2010학년 가을학기에 석사로 입학하신 선배님께서 작성하신 자기소개서이고 글을 정말 깔끔하게 작성하셔서 제 자기소개서 개요를 정리할 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당시 자기소개서는 어떤 루트를 통해 제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유웨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출하기 때문에 특수기호, 들여 쓰기 등에서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지금 시스템에서 위 포스트만큼 깔끔한 자기소개서를 교수님께 선사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석사 10학번이시라니... 지원하신 학과도 학부 17학번인 제가 처음 들어본 것을 보면 통폐합된 지 좀 된 것 같습니다.)
(PS. 위 링크가 더이상 안 들어가진다는 후배의 이슈(...)를 받았습니다만, 본 포스트만 봐도 링크의 내용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2023.05.03 Update
GIST 뿐만 아니라 공대대학원 입시 시즌마다 통계창에서 치솟고 있는 막대그래프를 보고 있는 글쓴이입니다...
입시 끝나고 여유롭던 시절 한번 정리해 본 글이었는데, 카톡에서 링크도 왔다갔다 하는 것 같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다시 보니 잘 쓴 자소서는 아니다 싶긴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쓰고 합격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본문 중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어, 이 부분 언급을 해야 할 것 같아 포스팅 내용을 추가합니다.
제가 5. 향후 학업 계획에서 "나 석사하고 취업할거다~"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느낌이 있는데, 석사로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저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일반적로는 좋지 않습니다.
교수님, 혹은 연구실 차원에서는 어느정도 교육시켜 놨더니 떠날 석사과정이 아니라 연구실에 길게 기여할 수 있는 박사과정 학생을 선호하며, 그래서 한정된 TO 내에서 여러명의 경쟁자가 있을 경우 박사과정까지 희망하는 학생을 합격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석사 후 취업을 할 생각이라면 향후 계획을 두리뭉실하게 적거나 그냥 언급하지 말고, 박사까지 생각이 있으면 이 부분을 강력히 어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당시 전문연TO 이슈로 미필 박사과정 학생을 꺼려한다는 소문이 있어 저렇게 언급했습니다. 여러가지 근거로 추정해 보건데, 그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GIST 대학원 입시 후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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