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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음성&오디오처리 석사과정 대학원생의 2021년 상반기 회고

석사 1학기 차 Coursework(수업)도 끝났고, 랩실 일도 딱히 없어 휴가를 온 와중 할 일도 없는데 회고록이나 쓰자는 생각이 들어 작성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 6개월 동안 내 삶, 아니 작게 잡아 연구생활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은 전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맘쯤 내 행보를 정리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원생이니만큼, 우선 연구생활, 그리고 대학원 생활동안 유지하고자 하는 습관 + 일상 정도로 회고를 정리해 보겠다.


대학원생에게 생활은 연구와 그 나머지만 있을 뿐.

 

연구 생활

1. Coursework(수업)

이번 학기 Coursework을 총 4개, 12학점 수강하였다. 연구학점 3학점을 포함하면 총 15학점이 되겠다. 대학원생이거나 대학원생 지인이 있는 사람은 알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생이 Coursework을 이 정도로 많이 수강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GIST 대학원에서는 연구학점 포함 13학점 이상 수강하고자 하면 학과장의 서명을 받을 필요가 있고, 나도 이를 인정받기 위해 학과장님께 방문드렸는데, 학과장님께서는 이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계셨어서 학과 사무실에 문의하고 그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즉 학과장님께서 취임하시고 한 번도 관련된 서류를 처리하신 적이 없으신 건데, 그만큼 이런 상황이 흔치는 않다는 것. 나는 석사 3, 4학기 때 수업 없이 연구만 하고 싶어 조금 서두르긴 했다.

수강한 Coursework은 ‘랜덤 프로세스’, ‘디지털 신호 처리’, ‘디지털 음성 신호 처리’,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이었다. (coursework 이름만 봐도 대강 내 전공 견적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각각의 수업에 대해 가볍게 수강평을 남기자면…


1. 랜덤 프로세스
신호 하나하나를 랜덤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음성)신호처리 분야에서는 알파이자 오메가 같은 과목. 듣기 위해 확률과 통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많은 랜덤 프로세스 교재의 절반은 확률과 통계, 그리고 Random Variable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는 만큼 중등교육(수능) 수준으로만 알고 있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2. 디지털 신호 처리
신호 및 시스템’ 과목에서 아날로그 신호는 빼고 디지털 신호에 대해 깊게 다루는 과목. 선배님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 전공 관점에서는 회로와 같은 관련 없는 내용들을 다루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고 한다. 적어도 DTFT, Z-Transform, DFT, FFT 등은 확실하게 가져가면 좋지 않을까. (물론 이것 말고도 필요한 것이 더 있을 수도 있다.)
3. 디지털 음성 신호 처리
디지털 음성 신호 처리’와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같은 경우에는 다른 대학에서도 일반적으로 개설하는 수업이 아닌, 본 교에서 교수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개설한 특론 같은 수업이다. 그래서 수강평을 공유하는 것이 독자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냐 싶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수업 과정 중에서 Kaggle과 같은 데이터 분석 챌린지(DCASE2020 TASK4를 수행하는 것이 기말 프로젝트였다.)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하는 도중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앞으로 다른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4.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우리 연구실에서는 오디오를 음성, 그리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데, 예술적인 관점에서 오디오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궁금하여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음... 그런 수강 동기는 충족시키지는 못 하는 수업이었던 것 같다.

(여담인데, 지도교수님께서는 본 음성처리 연구실 진학을 위한 prerequisite으로 랜덤 프로세스, 디지털 신호 처리, 그리고 선형대수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요구하신다. 연구실 선배님들 모두가 해당 prerequisite을 갖추고 진학하신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긴 하다만.)


2. 신입생 세미나

우리 연구실의 경우 신입생들끼리 ‘Theory and Applications of Digital Speech Processing’ 라는 책을 공부하며 한 학기 동안 세미나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이번 학기 신입생이 나 혼자 들어오기도 했고, 인턴과정 중 선배들이 하는 신입생 세미나를 한 번 듣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거의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는 ‘디지털 음성 신호 처리’ 수업을 수강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그냥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셨다고 선배님께 전해 들었다. 그렇다고 우리 분야의 바이블과 같은 저 책을 가볍게 스킵하기에는 나에게 찝찝한 감이 있어서, 선배 한 분의 도움을 받아 세미나를 한다고 생각하고 발표 및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공부한 부분을 체크받고 있다. 음성처리나 오디오 처리 자체에 꽤나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괜찮은 속도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활용한 코딩을 하기가 너무 싫어서 그렇지. ‘학습’ 중 ‘학’만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나만의) 신입생 세미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블로그에도 공부한 내용들을 조금 올려보려 한다. (음성처리 관련해서 저번 학기에 디지털 음성 신호 처리 들으면서 올리려고 했었는데, 사실 수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 했어서 실패했었다. 이번엔 제발 포스트할 수 있길.)

3. 과제 참여

연구실에서 코덱과 관련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논문 몇 개 읽어본 것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졸업한 형에게 코드 인수인계 받은 것 빼고는 딱히 한 것이 없긴 한데... 다음 학기 많은 성장을 기대해 보고 있다.


 

습관&일상

연구 주제와 연구 열정과 별개로, 이 연구실로 진학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이익은 좋은 습관을 가진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다. 많은 선배들께서 책을 주기적으로 읽고 계셨고, 매일, 적어도 격일로 운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셨다. 그런 분들과 함께 인턴생활 포함 약 1년 반 동안 생활하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1. 운동

작년에는 선배의 추천을 받아 크로스핏을 다녔었는데, 발목이 심히 안 좋은 나에게는 발목 가동성이 중요시되는 역도성 운동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올해 3월부터 매일 줄넘기 1000회씩을 하고, 일주일에 3일 헬스장을 다니며 ‘스트롱리프트 5*5’ 프로그램을 해 보고 있는데, 5대 운동 중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니 동기부여가 확실히 생기긴 생기더라. 핏이 좋아지고, 피부가 좋아진 것이 가시적으로 느껴지며, 운동을 하고 자면 아침에 훨씬 개운하다는 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살짝 정체기가 오긴 해서, 저중량 고반복 근비대 운동을 겸하며 하는 중. 이러다 정체기가 오래 지속되면 한 번 PT를 받아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언젠가는 한번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고 싶은데, 내가 너무 술을 좋아해서(…) 쉽지 않다. 석사과정 내에 할 수 있을까?


2. 독서

학부생 인턴 시절 내 사수(사실 전컴 연구실 특성상 사수 개념이 화학과, 생명과처럼 확실하진 않다. 대충 멘토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께서 책을 좋아하셨다. 그때는 노느라 바빠서 언젠가 책을 읽어볼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학부 졸업 후 책을 잡기 시작했는데, 먼 훗날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이 시점을 집을 수도 있을 정도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내 지인들과 대화하면서도 많은 노하우나 인사이트들을 얻고 있지만, 그와는 가성비 관점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6개월 동안 가장 내게 큰 영향을 준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저 책에서 요구하는 대로만 따라 하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21년 동안 살아온 기존의 습관이 있다 보니 따라 하는 것이 쉽지 않긴 하다. 하지만 제시하는 팁들 중 몇 가지만 제대로 수행해도 주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유의미하게 보이다 보니 이 책의 콘텐츠들을 확실히 신뢰하고 있기는 하다. 지금도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연습하고 있고, 책의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내 습관으로 받아들여지면 이 내용들도 블로그에 포스트 해 볼 예정.


3. 음악

대학원에 들어가면 디제잉할 기회나 시간이 줄어들진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학부 때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듯하다. 우리 그룹이 베뉴(원래 정의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 이 쪽 업계에서는 라운지나 클럽 등을 이렇게 부른다.)를 만들게 되면서 괜찮은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도 한 몫 하긴 했다. 대학원 생활동안 괜찮은 취미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요즘엔 스크래치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아, 그나저나 예전부터 작곡에도 관심이 있긴 했는데, 흥미가 많이 떨어져 한동안 마음을 접기로 했다. 졸업 후 다시 관심이 생기면 레슨을 받아볼까도 싶고.

'열심히 하고 있다' 빼고 딱히 더 할 말이 없다. 말 나온 김에 우리 그룹 홍보나 뿌리고 가야지. 윗 링크는 그룹의 인스타 계정, 아래 링크는 베뉴의 계정이다.
https://www.instagram.com/deepocean_official_/
https://www.instagram.com/deepocean_lab/

 

 

4. 블로깅

매주 한 포스트씩 올리는 것을 지향했지만, 완전히 실패한 듯 하다... 하지만 지스트 입시 관련 콘텐츠 조회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고, 관련 문의도 메일로 간간히 오는 것을 보면 과거에 뭐라도 만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형적인 성장에서 지수적인 성장으로 발전하기 위해, 나 자신의 멱살을 붙잡고서라도 주기적으로 글을 올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6개월간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짧은 글이지만 며칠에 걸쳐서 작성하게 되었다. 다음에 뭔가가 새롭게 기억이 난다면 추가로 올려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지금 이 시점까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겠지?' 하는 의문이 들어 단념하기로 했다. 6개월 뒤에 하반기 회고록을 쓰기 된다면, 그때는 적어도 이번 포스트보다 철저하게 개요를 준비하여 작성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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