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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딥러닝 모델 개발 대학원생의 맥북 에어 M1 (MacBook Air M1) 10개월 사용기

필자는 석사 디펜스가 며칠 남지 않은 대학원생이다. 대학원생 생활의 여러 터닝 포인트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시점은 첫 세미나를 했을 때도, 국제 학회에 방문했을 때도 아닌 (대학원생으로서 이게 맞나 싶지만) 맥북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왜 필자가 맥북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맥북 에어 M1, 넓게는 Apple Silicon MacBook이 딥러닝 개발자 혹은 대학원생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다.

 

맥북을 구매한 계기

올해 1월, 삼성전자 주식이 7만 원인가 8만 원이었던가 하던 시절 십만전자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사주에도 없던 주식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삼성전자 주식을 100만 원어치 구매했었는데, 한 주 사이에 주당 1000원 정도 떨어지던 것을 보고 살짝 멘탈이 흔들리던 시점이 있었다. 그때, 노마드 코더의 영상을 보던 중 "맥북은 개발자로서 가장 훌륭한 투자"라는 말을 듣고, 대학원생 시점에서 몇십만 원 더 벌자고 주식할 바에는 이 돈 끌어모아서 맥북이나 사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주식을 싹 다 팔고 맥북 에어 m1을 학생 할인으로 구매하였다. 

환율의 영향으로 상승한 맥북의 가격과, 지금의 삼성전자 주식을 고려해본다면 정량적으로도 매우 좋은 투자였음이 틀림없다(...)

 

흔히 깡통이라 불리는 무옵션은 분명히 랩이 부족해질 것이다라는 추천을 듣고, 램만 16GB로 추가하여 구매하였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웹, IDE, (코딩을 위한) 음악, 혹은 기타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할 환경이 많은 상황에서는 맥북 에어를 구매할 때 램은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는 날의 경우에는 16GB로도 정말 가끔씩은 버벅거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장 공간의 경우에는 필자는 보통 모델 개발과 학습을 서버에서 실행시켰기 때문에, SSD 256GB로도 충분했다. 

 

필자는 연구실에서는 맥북을 아래 사진과 같이 거의 데스크탑처럼 사용하였으며, 밖에서는 일반적인 랩탑으로 사용하였다. 과거와는 달리 노트북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면서 굳이 데스크톱과 랩탑을 각각 구매하지 않고 아래와 같이 클램쉘 모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좋은 랩탑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같은 가격으로 랩탑과 데스크탑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유리해진 샘이다. 아래 장단점들도 필자의 이런 사용 환경을 감안하면서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건강한 칠곡이 시강이다. 시리얼을 즐겨 먹던 시절...

이제 맥북 에어 M1을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나열해 보겠다.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도 어느정도 비슷하기는 하겠으나, 웬만하면 딥러닝 개발자 및 대학원생의 입장에 초점을 맞춘 코멘트를 주려고 한다. (터치패드 좋고, 디스플레이 밝고, 키보드 짱짱하고 그런 얘기는 다들 알고 계실거니.)

 

장점

1. 나에 대한 투자!

어떻게 보면, 위에서 본 노마드 코더의 영상 내용과 동일하다. 내가 이 노트북에 거금을 쓴 만큼, 그만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떻게든 코딩에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했으며, Git, VS code, 파이토치 라이트닝 등 연구실 내에서 사용한 적이 많이 없었던 툴들도 찾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돈을 쓰지 않아도 열심히 할 사람들은 열심히 하겠지만, 필자에게는 내가 이 기기에 투자한(꼬라 박은) 돈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

2. 리눅스와의 호환성

딥러닝 서버는 보통 리눅스 기반으로 돌아간다. 윈도우 기반의 랩탑, 데스크톱들은 이런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WSL이나 다른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게 되고, 이를 위한 환경설정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데 (연구실 동료들 피셜), 필자는 딱히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이 알고 있는 리눅스 명령어만 사용해 오면서 지금까지도 서버에 잘 접속해 오고 있다. 또한 유닉스 기반의 맥 OS 콘솔에서 사용하는 명령어가 리눅스 서버에서 사용하는 명령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맥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리눅스 기준으로 찾은 해결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3. 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제약된다.

게임마니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창 바쁠 대학원생들에게는 명백한 장점이겠다. Mac OS를 지원하는 게임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피파온라인 상위 2% 이상을 찍은 유저로서 윈도우 데스크톱을 사용할 때는 어떻게든 게임을 할 방법과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는데, 맥북은 피파온라인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맥북 구매 후 게임을 한 시간이 거의 없다. 

가끔씩 스트레스 받으면 이런걸 하긴 한다... 요즘 세대는 전쟁시대 모르려나?

4. 업무 효율성이 좋아진다.

이제 출시된 지 2년 가까이 된 제품이라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m1 맥북은 같은 가격대 노트북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매우 좋은 편이긴 하다. 웬만한 앱들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고, 이제 어느 정도 호환성 문제도 해결이 되어 특정 앱을 사용할 때 컴퓨터가 멈추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따라서 워드, 파워포인트 같은 기본적인 앱 뿐만 아니라 VScode나 slack같은 업무에 많이 사용되는 앱을 켜는 속도도 PC보다 상당히 빠른 편인데, 물론 몇 초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이 속도 차이에 의한 업무상의 만족감은 상당히 큰 듯 하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맥OS가 여러가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마우스까지 손을 옮기는 시간을 줄이면서 제스처 기능을 통해 멀티태스킹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트랙패드, 앱을 켜지 않아도 어떤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미리보기 등은 익숙해진다면 업무 효율성을 과장을 더해 두 배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시스템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기도 하고,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기도 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맥북을 소개하는 많은 여러 유튜브 영상들에서는 트랙패드가 마우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필자의 경우에는 커서를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도저히 트랙패드만으로 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고가의) 마우스와 트랙패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5. 휴대성

여기서 휴대성은 노트북의 무게, 배터리 사용 시간, 소음 크기를 모두 고려한 결과이며, 맥북 에어 M1은 비슷한 가격대 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이 세 기준에서 나머지를 압도한다. 상당한 성능의 랩탑을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사용하면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시간이 곧 돈이 될 대학원생들에게는 크나큰 장점이겠다. 

6. 스타벅스에서 관심있다는 쪽지가 들어온다.

7. 인텔 맥북 쓰는 친구들을 놀릴 수 있다.(헬리콥터 이륙하냐?)

8. 스티커를 붙이면 예쁘다. 

9. 연구실 구성원들이 많이들 데스크톱을 쓰고 있을 때, 맥북을 쓰면 뭔가 있어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단점

한 줄로 말하면 다음과 같겠다.

맥을 사용하다 보면 윈도우가 필요한 순간이 오지만, 윈도우를 사용하다 맥이 필요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1.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려면 귀찮아지는 프로그램이 많아진다.

한국 PC 시장은 아직까지 윈도우가 주류이며, 따라서 프로그램 개발사들도 윈도우를 제외한 다른 운영체제에 대해서 지원을 잘 안해주는 경우가 많다. 위 장점에서 말한 게임도 그 중 하나겠다. 대학원생 기간동안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맥os로 원활히 사용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프로그램에는 한컴오피스 한글exe(실행 파일) 계열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한컴오피스 한글의 경우에는 보통 윈도우 컴퓨터를 구매하는 시점부터 깔려있거나 기관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관에서 지원해주는 한컴오피스 제품들이 윈도우 전용인 경우가 있어 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웹으로 한컴오피스 한글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매번 업로드 다운로드를 반복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대학원생 생활을 하면서 제출하게 될 보고서, 예산안, 계획서 등을 완성하기에는 기능들이 부족하긴 하다. (수식 작성이 어려운 것이 매우 컸다!) 결국 한컴 for mac을 구입하거나, 한컴 오피스 작업용 PC가 연구실에 따로 있어야 하거나, 혹은 패러렐스로 맥북에 윈도우를 설치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셋 모두 금전적 및 작업 효율성 측면에서 귀찮은 일임은 틀림없겠다. (필자는 졸업 직전에 한컴 한글을 쓸 일이 굉장히 많아져서, 1달 체험판을 다운로드하여 해결하고 있다.)

exe 파일을 독자가 대학원생 생활 동안 사용할 일이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exe 파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단점이다. 필자는 연구실에서 코덱 후처리 연구를 주로 해 왔었는데, 코덱 자체가 exe 실행 파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 물론 맥, 혹은 리눅스 환경에서 exe 파일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wine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exe 실행 파일이 조금만 무거워지더라도 작동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필자는 연구실에 굴러(?) 다니는 그램 하나를 옆에 설치해서 코덱 머신으로 사용했었다.

2. 외장 모니터를 2개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맥북 에어 M1, 혹은 M2 만의 단점이다. 기본적으로 외장 모니터를 2개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딥러닝 개발을 하다 보면 논문을 보면서 코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에다 오픈소스 코드까지 참고해야 할 때가 있어 외장 모니터를 2개, 3개씩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맥북 에어 M1은 외장 모니터를 1개까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에 있어 귀찮음이 생긴다.

다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외장 모니터를 2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Displaylink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USB를 통해 그래픽 정보를 압축 전달해서 외장 모니터를 2개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프로그램 설치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독이나 허브를 구매할 필요가 생긴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벨킨사의 듀얼 디스플레이 독(INC002)이며, 가격이 약 240,000원 정도 한다. 필자도 이를 이용해서 듀얼 모니터 환경을 사용해 왔다.

3. 로컬에서 딥러닝 개발이 어려워진다.

데스크톱을 사용했을 때는 서버에 접속하지 않고도 로컬 환경에서 바로 딥러닝 모델 개발이 가능했었지만, 맥북을 구매한 이후로는 로컬에서 딥러닝 개발이 어려워졌다는 소소한 단점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노트북에서 딥러닝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하긴 하지만, 팬리스인 맥북 에어 M1 특성상 딥러닝 학습 시 발생하는 발열로 인해 정상적인 사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맥북 구매 이후 연구실 진학 시점에 받은 데스크탑을 우분투 서버로 바꾼 후, 그 서버 환경 위에서 개발을 진행해 왔었다. 

 

기타

장점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단점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점은 PC와 조작 방법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맥북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한 것 같긴 한데, PC에서 막 넘어온 애플 생태계 뉴비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짧은 석사기간 중간에 맥북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졸업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맥북 사용법을 익히는 것에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깝기도 했고 멘붕이 오기도 했다. 뭐 근데 생각보다 익숙해지는 것이 오래 안 걸리기도 했고, 지금은 이모저모 잘 사용하면서 훨씬 빠른 워크플로우를 잘 즐기고 있다.

그리고 MS 오피스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지 않은 만큼, 워드, PPT, 엑셀 등을 사용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Microsoft 365를 제공하기 때문에 무료로 MS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수 있긴 했는데, 다른 기관 혹은 학교의 경우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결론

어떻게 하다 보니 단점만 디테일하게 쓰게 됐는데, 사실 맥북 에어 M1이 무지막지하게 좋은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연구실에서 필요로 하는 환경에 안 맞는 경우가 생길 뿐. 개인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환경의 대학원생들에게 맥북을 추천하는 편이기는 한데, 한컴오피스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 좀 걸리기는 한다. 연구실 내 보조 윈도우 컴퓨터가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괜찮은 선택임은 틀림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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